[트래블]서울과 가까운 숨겨진 계곡

[경향신문 2005-08-02 16:21]


얼음처럼 투명하고 차가운 물을 만나러 간다. 경기 가평군 북면은 서울에서 차로 2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다. 하지만 ‘경기’보다는 ‘강원’의 냄새가 더 짙다. 환경부가 북면 전체를 경기도 유일의 환경청정지역으로 지정할 만큼 물이 깨끗하다. 굽이굽이 흐르는 가평천을 따라 계곡으로 올라가다 보면 원시림으로 빠져드는 느낌을 받는다.


#석룡산 자락 조무락골


가평읍에서 차로 30분, 38교에 도착해 계곡 초입에 있는 매점에 들어갔다. 주인은 조무락골에서만 15년 동안 장사한 토박이란다. 도토리묵에 잣막걸리 한사발 시켜놓고 조무락골을 물어보니 자랑이 끊이질 않는다. “최근 몇 년 새 유명세를 타긴 했지만 아직도 사람들이 잘 모르는 계곡이에요. 살면서 이렇게 깨끗한 계곡은 본 적이 없을 겁니다.”


조무락골을 품고 있는 석룡산은 경기 가평군 북면과 강원 화천군 사내면 사이에 있는 해발 1,153m의 산이다. 못오를 정도는 아니지만 쉽사리 몸을 허락하지 않는다. 차가 한 대 다닐 만한 흙길을 따라 오르면 처음에는 보잘 것 없지만 올라갈수록 바위가 커지고 물길이 웅장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때로는 급류가 되고 때로는 호수가 된다. 전날 내린 비로 수량이 늘어 계곡은 폭포소리를 내고 있었다. 재잘거리는 새소리가 희미하게 들릴 뿐이다.


‘조무락골’이란 이름은 숲이 울창해서 산새들이 조무락(사투리로 재잘거린다는 의미)거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새들이 춤추고 논다 해서 ‘鳥舞樂(조무락)’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계곡에 어찌 새뿐이랴. 쉬리, 꺽지, 버들치 등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돌아다니고 산길 좌우로 개망초와 이름모를 꽃(미안하다, 들꽃아. 분명 이름이 있을 텐데)들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똬리를 튼 듯 폭포수가 돌아 흐르는 골뱅이소와 호랑이가 웅크린 모습을 한 복호동폭포가 장관이다. 복호동폭포는 높이 20m로 그다지 크진 않지만 원시림에 둘러싸여 한여름에도 오싹함을 느낄 정도로 한기가 몰아친다. 조무락골엔 일제시대 때 사교 집단인 백백교의 본거지가 있었다고 한다. 싸늘한 느낌은 나만의 것일까.


#명지산 자락 임산계곡


원시림이란 이런 걸 말하는 것일 게다. 계곡을 조금만 벗어나도 나무가 우거져 하늘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햇빛이 들지 않아 사진을 찍기 힘들 정도다.


임산계곡(사진)은 경기도 넘버2인 명지산(1,267m)이 품은 계곡 중 하나지만 명지계곡이나 용추계곡에 비해 덜 유명하다. 그만큼 손때가 덜 묻었다. 들어가는 길부터 녹록지 않다. 길 중간에 환경오염 감시를 위해 공무원이 상주할 만큼 관리가 잘되고 있다. 임산계곡의 주 볼거리는 역시 임산폭포. 일명 선녀폭포라고 불린다. 웅장한 바위 병풍이 있고 한여름에도 오싹할 정도로 햇빛이 들지 않는다. 폭포는 3단으로 이뤄져 있는데 상단과 중단은 각 5m, 하단은 20m로 총 30m에 이른다. 천연냉장고가 따로 없다.


폭포에서 내려와 계곡 물줄기를 따라 올라가다 길이 끊길 무렵 개인 별장 하나가 눈에 띈다. 국립국악원 황규상 교수가 방학이면 학생들을 데리고 이 계곡에서 피리를 가르친다고 한다. 득음을 위해 심산계곡을 택했을까. 청량한 피리소리가 계곡물소리에 휘감겨 흐느낀다. 황교수는 “하루에 5~6명밖에 찾지 않지만 이만한 계곡이 없다”고 전했다. 명지산으로 오르는 길은 심심치 않다. 계곡과 등산로가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한다. 물이 불어 무릎까지 올라오는 계곡을 건너는 데 1분도 지나지 않아 뼛속까지 시리다. 들어갈수록 사람 흔적 하나 없다. 산 전체를 혼자 세낸 듯하다.




▲여행길잡이


서울에서 46번 국도 춘천 방향으로 달린다. 가평읍에서 75번 국도를 타고 가다 목동리 삼거리에서 좌회전한다. 명화교를 건너 서쪽으로 3.6㎞ 가면 논남마을이 나온다. 임산계곡으로 이어지는 비포장도로를 따라 한참 들어가면 히든밸리라는 펜션이 있다. 이 펜션 옆 등산로로 20분 정도 올라가면 임산폭포에 도달할 수 있다. 조무락골은 목동 삼거리에서 좌회전하지 않고 10여분 더 직진해 38교에서 우회전하면 된다. 복호동폭포는 조무락골 입구에서 1시간 가량 계곡을 따라 걸어가면 나온다.


임산계곡에서는 히든밸리(581-1905)와 하늘마루(582-2366) 등 서양식 펜션이 눈길을 끈다. 계곡 깊숙이 들어오지 않고 도로 주변의 민박이나 펜션에서 머무는 것도 괜찮다. 조무락골에도 조무락(582-6060) 등 펜션과 조무락골 산장(582-8520)이 있다. 조무락 옆 공터에 하루 1만5천원을 내고 텐트를 칠 수 있고 펜션 옆 건물에서 차를 마시고 식사 하는 것도 가능하다. 조무락골 유원지(581-8520)에서 평상을 빌려 쉴 수 있다. 가평읍에서 북면쪽으로 6㎞ 떨어진 명지쉼터가든(582-9462)은 잣국수 전문점으로 인기가 높다. 지역번호 031.


75번 국도를 타고 계속 올라가면 도마치 고개를 넘어 강원도 사내면 사창리로 연결된다. 강원도의 경계지점인 도마치 고개 정상까지의 길은 잘 알려지지 않은 드라이브 코스다. 궁예가 왕건에게 쫓겨 도망쳤다는 도마치 고개를 지나면 비포장도로여서 지나는 차가 거의 없다. 도마치 고개 못미쳐 무주채폭포도 장관이다. 인근 적목용소와 용추계곡도 가볼 만하다. 차로 30분 정도 가면 경기도에서 가장 높은 산인 화악산(1,468m) 입구에 도달한다. 화악산 줄기의 싸리재는 오염되지 않은 청정마을로 유명하다. 멱골생활관(581-0026)에서 잘 수 있다.


〈가평|글 김준일기자 anti@kyunghyang.com〉


〈사진 김영민기자 viola@kyunghyang.com〉
2006/02/24 03:02 2006/02/24 03:02
티북 이 작성.

Trackback URL : http://taskbook.net/blog/trackback/32


당신의 의견을 작성해 주세요.

« Prev : 1 : ... 783 : 784 : 785 : 786 : 787 : 788 : 789 : 790 : 791 : ... 810 :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