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봄 간송미술관 방문기
짧은 기간만 공개한다는 희소성 때문인지, 혹은 소장한 고미술 작품에 대한 신뢰 때문인지, 미술관 설립자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간송 미술관에 대해서 알고난 다음 부터는 매년 정기 전시회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이번엔 꼭' 하며 마음을 서두르게 된다.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오원 장승업.
"한 치 거리낌 없는 ‘해학적 美’…장승업 화파전"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805141741285&code=960202
일부러 사람들이 몰려들 낮 시간을 피해 오전에 가기 위해 일요일에 알람까지 맞춰놓고 일찍 일어났지만.... 1박2일 재방송 보다가 12시가 다 되서야 집을 나섰다. -_-
귀찮아서 카메라를 안 들고 갔기 때문에...인터넷에서 찾은 사진들로 대신....(아..게으름뱅이~)
멋진 글씨의 '오원 장승업 화파전'이 반겨주는 고즈넉한 분위기....를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_-;; 올해는 이상스레 부산스러운 분위기. 성북구에서 무슨 다민족문화축제인지 뭔지를 하고 있었고 (그것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미술관 정문 앞에서는 된장인지 뭔지를 파는 좌판도 하나 차려져 있었다. 먹거리 좌판이 아닌걸 다행으로 생각해야 할지...
그나마 미술관 안은 사람들이 바글바글하긴 했어도, 방학 시즌마다 열리는 '인상파 화가전'이니 '서양미술대전' 류의 전시장에서처럼 부모 손에 끌려와서 떠들고 뛰어다니는 아이들은 없었다. (뛰어다닐 공간도 없는 곳이긴 하지만 ㅋㅋ)
내가 알고있는 장승업은 말그림을 잘 그리는 화가였는데, 아쉽게도 말그림은 전시되고 있지 않았다. (말이 나오는 그림이 있긴 있었으나.... 내가 생각하는 종류가 아니었음)
그리고 열심히 1층과 2층을 돌면서 그림을 감상한 느낌... '잘 모르겠다'
ㅋㅋㅋ
조금 장난 섞어서 얘기한건데, 실제로도 그런 느낌이 드는 게 있다. 보통 높은 평가를 받는 화가의 경우에는 (현대 화가들 말고) 보고 있으면 어떤 그림의 수준이라든가, 그 사람만의 개성 같은 것이 보이는 게 일반적인 반면에, 장승업의 그림은 무언가 종잡을 수 없다는 느낌이 든다. 그림과 그림 사이에 편차가 심한데다가, 화법도 너무 천차만별인 까닭인 듯 싶다. 장승업에 대한 설명에는 빠지지 않고, 다양한 기법에 능했다는 말이 나오는데 오히려 그런 특징이 장승업이라는 작가의 확고한 아이덴티티를 만드는 데는 방해가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김홍도 라든지 신윤복, 정선 하면 자동처럼 떠오르는 작품이 있는 반면에 장승업은 그런 이미지가 약한 이유가 그런게 아닐까.
어쨌거나 전시된 그림 중에 인물화나 영모화 같은 그림은 감흥이 덜했고, 산수나 고사를 그린 10폭짜리 산수화가 전시된 그림 중 가장 좋았다. (언뜻 보기엔 병풍 그림 같은데 잘은 모르겠고..)
전시회를 감상하고 나오는 길에 길상사에 들러서, 사찰 경내인데도 불구하고 왁자지껄 떠드는 사진 동호회 (인지 뭔지 떼거리들) 애들을 구경하면서 장승업에 대한 평가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를 곰곰히 생각해 봤다.
여러가지 생각을 해봤는데, 그 중에 하나는 이런 것이었다.
왜곡과 과장을 통한 해학적 미의 발현, 이것이 오원화풍의 특징이다. 이 같은 그의 화풍은 조선 시대 최후의 화원화가인 소림 조석진(1853∼1920)과 심전 안중식(1861∼1919)에게로 이어졌으며 백련 지운영(1852∼1935)과 강필주도 오원에게 직접 배운 적은 없으나 크게 영향을 받았다.
심전은 다시 오원의 화풍을 청전 이상범(1897∼1972)과 심산 노수현(1899∼1978)에게 전함으로써 오원은 현대 한국 동양화의 시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전의 두 제자인 청전은 홍익대 동양화과를, 심산은 서울대 동양화과를 창설함으로써 국내 미대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서울대·홍익대 동양학파가 모두 오원 화풍을 잇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 현대 미술을 이루는 큰 두 세력이 모두 장승업에서부터 뻗어 나왔으니 높은 평가를 받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그렇다고 장승업에 대한 모든 평가가 이에 의지하고 있다고 얘기하는 건 아니다. 당대에도 화재를 인정받아 도화원의 화원이 되고 왕에게 그림을 진상할 정도의 화가였으니 말이다.
(개인적으론 호암미술관에서 본 매화 병풍 그림이 내가 본 장승업의 그림 중엔 단연 좋았다. 시간 나면 한번 가보시라..ㅎㅎ)
무려 도화원의 화원으로서 고종에게 진상한 그림이라고 하는데, 내 보기엔 무에가 좋은가...하는 생각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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