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문화제' 에 대해서...
생각이 많아서 오히려 섣불리 글을 쓰지 못하겠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번 일이 시대의 변화를 증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침 때맞춰 앨빈 토플러의 '부의 미래'를 읽고 있었기 때문에 든 생각인지도 모르겠다.
'부의 미래'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나온다.
"부가 창조되는 방식에 변화가 생길 때마다 구 엘리트들이 퇴장하고 새로운 집단이 부상해 사회를 지배했다. 바로 지금 우리도 그런 변화의 한가운데 있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가 지적하지 않은 것이 있다. 구 엘리트들이 저항없이 자신의 지위를 순순히 내준 적은 없다는 사실이다.
선진화된 경제는 수백만 명의 사회적 발명가, 혁신가, 모험가, 공상가, 현실적인 교양인과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기회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된 사람들로 벌집 모양을 이루고 있다. 그들은 어디서건 접근 가능한 더 많은 지식, 인류에게 알려진 더 강력한 지식이라는 도구를 이용한다. 그들은 전 세계에 걸쳐 있으며 다시 한 번 도전할 준비가 되어 있다.
... 정부와 공공기관들이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기다리기에는 전세계 수백만 명의 인내심이 한계에 이르렀다. 이외에 풍요로운 사회에서는 다른 사실도 반영하고 있다. 과거에는 인구 중 소수만이 미래의 새로운 제도를 상상, 고안하거나 도전하는 데 헌신할 시간과 에너지를 가졌고, 그에 합당한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오늘날에는 최고의 교육과 독창성으로 무장한 다수의 남녀가 시간과 돈을 갖추고 있으며, 각자 인터넷이라 불리는 세계적으로 막강한 변화 제조기에 접근할 수 있다.
앨빈 토플러의 표현을 빌려 말하자면, 지금의 우리 사회는 산업사회에 기반을 둔 '제2 물결'과 지식사회에 기반을 둔 '제3 물결'의 물결 전쟁의 첨단에 위치해 있는 것이다. '부의 미래'에서는 다양한 예를 들어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제3 물결'의 변화를 선도하는 위치에 있다고 기술한다. 이런 설명은 요 근래의 우리 사회가 보여준 일련의 역동성을 설명하기에 좋은 모델이 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같은 맥락에서 지식 기반의 '제3 물결' 패러다임이 이번 촛불 문화제에서 나타났던, 지도부 없이 움직이는 시위대의 창발적 특성, 와이브로를 이용한 (개인) 생중계와 사진, 동영상 등에 의해 전파되는 정보의 다양성과 탈집중화와 같은, 이전에는 나타난 적이 없는 새로운 행동 양식을 잘 설명해준다고 생각한다. 이 것은 산업 시대의 모델을 통해서는 원활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제3 물결' 이나 지식사회라는 것이 컴퓨터나 IT산업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런 피상적인 부분보다는, 사람들이 어떤 사건을 받아들이고 다루는 기본적인 방식의 혁신적인 변화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촛불 문화제' 에서 중요한 건 미국 쇠고기를 수입 하느냐 마느냐가 이미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민의를 반영하지 않는 정부의 소통방식에 대한 시민들의 변화의 요청이다. 이미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사회적 변화의 속도에 맞춰, 점점 뒷쳐지고 있는 정부를 향해 얼른 좇아오라고 독촉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민들의 요구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이명박 정부는 과거의 '산업 사회'를 향해 역주행 하고 있다. 그들이 추진하는 행동과 정책에는 고스란히 산업사회, '제2 물결' 시대의 패러다임이 드러난다. '대운하'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집착은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솔직히, 나는 이명박 정부가 주장을 굽히지 말고 조금더 버텨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쇠고기든 대운하든 민영화든 자기들의 주장대로 끝까지 소신있게 추진했으면 좋겠다. 역사의 '대세'는 거스를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들로 인해 더 큰 변화의 물결이 일어나고 단결해서, 중간에 스러지지 않고 온전하고도 빠르게 정점을 지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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