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휴게실의 창문 앞에 앉아 있으면, 큼직한 사무용 빌딩들이 솟구친 틈 사이로 만들어진 좁은
뒷골목 사이로 용케도 내려앉는 햇빛이라든가 가끔씩 오가는 자동차며 사람들의 모습을
안락하게 관찰 할 수 있다.
점심을 먹고 난 후의 나른함, 졸음 같은 기운이 영 가시지 않을 땐 가끔 인스턴트 커피 한잔을 들고
창가에 앉아 별반 특별할 게 없어서 마치 스크린세이버 같은 창밖을 보며 잠을 깨곤 한다.
오늘도 역시나 오가는 사람들, 주차장의 차들을 관찰하고 있는데 평소와 다른 모습, 어느 빌딩 주차장에
자리잡은 활엽수에 선명한 주황색으로 빛나는 동그란 물체들이 눈에 띈다. 감이다.
도심지의 뒷골목에 비추는 얼마 안되는 햇빛을 받고도 용케 열매를 맺었구나, 하고 감탄하고 있자니
어디선가 날아온 까치가 지하 주차장 들어가는 입구를 감시하기 위해 세워놓은 CCTV 머리 꼭대기에
앉았다가 주변을 살피고는 주춤주춤 감나무 가치로 옮겨 앉는다. 그리고 먹음직한 감을 골라 쪼아 먹는다.
도심지에선 보기 힘든 가을 풍경이로구나, 정말로 가을이구나 생각하고 있자니 잠시 전에 보았던 인터넷
신문 기사, 다음주부터 기온이 급하게 내려갈거라는 기상예보가 생각이 났다. 기온이 내려가면 가을은
가고 이제 겨울이 오겠지.
계절이 사람을 위해 오고, 사람을 위해 가는 것이 아니구나. 감을 쪼아먹은 까치 만큼도 나는 가을을
느끼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에 아쉬운 마음이 조금.
TAGS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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