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4/14 23:48







어려서부터 마음에 심어놓은 말 중의 하나로 '말을 입 밖으로 내기 전에 한번 더 생각하라" 라든가 "말을 하기 전에 속으로 셋을 세고 말하라" 같은 말들이 있었다.

한번 내고 나면 되돌릴 수 없는 말이기 때문에, 내놓기 전에 말의 무게를 먼저 가늠해보고 너무 가볍거나 너무 날카로운 것을 꺼내놓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의미인데, 살다 보니 늘상 지키지는 못하고 험한 말, 못된 말을 뱉어놓고 후회한 일도 많지만 어쨌거나 최선을 다해서 지켜 보려고 노력은 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말이 늦어질 수 밖에 없었고, 그래서 누군가와 마주 보고 앉아 이야기 하는 것은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두사람이 넘는 사람들과 모여서 이야기를 하다보면 늘 대화에 끼어들 기회를 놓치곤 한다.

이야기할 거리가 머리에서 하나, 둘, 셋 맴돌다 입 밖으로 나오기 전에, 이미 누군가는 화제를 다른 방향으로 가지치기 해 놓는다.

사람들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겸손하고 신중해지기 전에, 이미 사람들은 속내를 알 수 없는 사람이라고, 사람들과 섞이기 싫어하는 사람인가 보다 하고 생각해 버린다.

내가 지나치게 여유를 부리는 것일까. 사람들의 말의 속도에 내가 유난히 뒤처져 있는 것일까.

하지만 아직도, 나는 셋을 세는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말의 속도에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신속함보다는 내 말과 다른 이의 말이 자연스럽게 섞이도록 할 수 있는 완급 조절이라고, 이 것이야말로 진정한 말의, 대화의 기술이라고 사람들에게 말해 주고 싶다.

... 하지만 역시나, 이번에도 끼어들 기회를 놓치겠지만.






2010/04/14 23:48 2010/04/14 23:48
by 티북

TRACKBACK :: http://taskbook.net/blog/trackback/903

  1. 수면부족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10/04/15 15:01
    저도 스스로의 다짐까지는 아니지만 되도록이면 말을 아끼려고 많이 노력하는 편이었고 그래서 "넌 왜 다른 사람 얘기만 다 듣고 너 얘기는 안 하냐"고 핀잔도 많이 들었지만...사회생활 하면서 많이 바뀐 것 같아요. 그런데, 그만큼 말도 가볍게 내뱉게 되고 실수하는 횟수도 늘어나서 고민이에요.
    모든 자리에서 '끼어들' 필요도 없고, 소수의 사람과 잘 대화한다면 아무 문제 아니라 생각함.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
    • 티북  댓글주소  수정/삭제 2010/04/16 11:05
      술도 안 마시고 술주정 같은 글을 밤에 써놓고 다음날 지워야지 하고 들어왔는데, 수면부족님 댓글이 붙어 있어서 지우지도 못하네요. =_=
    • 수면부족  댓글주소  수정/삭제 2010/04/18 23:25
      이것이 말로만 듣던 "자삭방지 댓글달기". 본의 아니게...ㅎㅎ;;; (술주정같이 안 보여요~괜찮아요!)



« 최근 글 : 1 :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32 : ... 761 : 오래된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