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8/05 02:31 2010/08/05 02:31
[D-20] 이과수에 갔는데, 얼음 나오는 정수기가 제일 먼저 생각나면 어쩌지?




이제 출발까지는 20일.


아직도 준비할 것은 많고 마음은 급하지만, 마치 공중에 한 뼘쯤 발이 떠있는 사람처럼

뻔히 보이는 출발선을 두고도 허공에서 헛걸음질만 하고 있는 느낌.


당장에 차를 팔아야 하는데, 그 동안 애지중지하며 머리에 이고 산 까닭에 (정작 얼마 타지는 않았지만서도)

머리는 차를 팔아야 한다고 결심한지 오래인데도 막상 마음이 결정을 쉽사리 내리지 못하고

팔지 말까, 그냥 뒀다 계속 탈까, 하는 답 안나오는 고민으로 시간을 죽이고 있다.

새삼 느끼는 것이지만 물건에 대한 사람의 욕심이란 것이 막상 버리겠다고 마음 먹는다고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는, 참 집요하고 끈덕진 것이라는 생각이 저녁내내 들었다. 진작에 <무소유> 라도

열심히 읽으며 마음의 도를 닦아 둘 걸 그랬다. 고민 좀 덜하게.


* * * * *


회사를 그만두고 합법적으로(!) 출근을 안한지 사흘. 5년이나 얼굴보며 같은 회사에 있었던 사람들이 보면

서운하다 하겠지만, 사실 회사를 그만두고 출근을 안하게 되서 가장 서운했던 건 하루 종일 쏟아져 나오던

서늘한 에어컨의 냉기, 그리고 얼음 나오는 정수기 였다.

일년중 가장 더운 때를 집에서 보내고 있자니 역시나 문명의 시원한 혜택들이 가장 아쉬웠던 건지.



그런 생각을 하다가, 처음엔 에어컨의 냉기와 언제든 만들어지는 얼음, 그 다음엔 냉장고 문만 열면

마실 수 있던 시원한 물과 음식, 그 다음엔 언제나 투명하고 콸콸 흘러나오는 수도,

그 다음엔 그저 몸을 씻을 수 있는 약간의 따뜻한 물까지 ...

이런 문명의 혜택으로 부터 멀어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자니 와, 내가 왜 이런 고생을 사서

하겠다고 한거지? 하는 새삼스런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스스로 머리를 두어대 때리고 겨우 정신을 차린 후에,

아마도 이 것 역시 내가 가진 욕심의 다른 모습이겠지 싶어서... 우선 욕심을 마음에서 덜어버린 후에야

온전히 발을 땅에 붙일 수 있겠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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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롬 2010/08/05 03:29 A R D
회사를 그만두면 아쉬운건 월급빼고 없음.
제일 좋은건 늦잠과 낮잠.
--이건 나만 해당되는 이야긴가??
Evil 2010/08/05 11:48 A R D
차를 잠시 내게 넘기고 마음을 비우고 가..ㅋㅋ
보관 잘해주께..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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